티스토리 뷰
50년 젊어진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
노인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은 세상 무서운 것이 없는 할머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 후 남편을 잃고 하나뿐인 아들을 애지중지 키우며 교수까지 키워낸 게 할머니의 유일한 자랑거리이고 낙이다. 하지만 며느리와 손주들에게는 막말을 퍼부으며 온갖 잔소리를 해댄다. 결국 며느리는 스트레스를 받고 병원에 실려가게 되고, 가족들은 말순을 요양원으로 독립시키겠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음이 뒤숭숭한 오말순은 영정사진이라도 찍어두자는 마음에 우연히 발견한 청춘사진관에 들어가게 된다. 사진사는 "50년 더 젊어 보이게 해 드릴게요"라는 말과 함께 영정사진을 찍어준다. 난생처음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에 그녀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 소리친다. 유리에 비친 모습에는 50년 젊은 시절의 그 모습이었다. 너무 놀란 오말순은 다시 청춘사진관을 찾아가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갑작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는 순간도 잠시. 결국 스무 살 꽃다운나이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기도 마음을 먹기로 한다. 오드리 헵번 스타일로 머리고 단장하고 예쁜 옷도 사 입으면서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오 갈 곳이 없던 오말순은 옛날 자신의 머슴이며, 지금은 친한 친구이기도 한 박 씨(박인환)의 집에 하숙을 하기로 한다. 박 씨가 이름을 묻자 얼떨결에 자신이 좋아했던 오드리헵번의 이름을 따서 오두리라고 말해버린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 노래하다!
갈 곳이 마땅히 없던 오두리는 박 씨(오인환)가 운영하는 노인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다 옥자(박혜진) 할머니가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며 박 씨를 꼬시는 모습을 보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원래 오말순은 어린 시절 부잣집 막내딸로 미모와 노래 솜씨가 유명했다. 젊은 시절 노래를 잘 불렀던 오두리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중 엠카운트다움 PD 한승우(이진욱)와 밴드활동을 하고 있는 손주 반지하의 눈에 띄게 된다. 오두리에 노래에 반한 손주 반지하는 오두리에게 밴드보컬을 맡아달라고 제안한다. 손주의 제안에 얼떨결에 수락하고 만다. 한편 반지하는 헤비메탈의 비주류 음악을 하던 밴드였는데 오두리의 제안으로 대중적인 가요음악으로 변경 후 큰 호응을 얻게 된다. 오두리의 노래에 관객들의 반응이 좋자 자신감이 생긴 반지하 밴드는 엠 카운트다운 신인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되고, 결국 합격하게 된다. 한편 오말순할머니의 가족들은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자 아들과 할머니 친구인 박 씨가 함께 그녀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애를 쓴다. 그러던 중 오말순 통장으로 인출 사람의 CCTV를 본 후 오말순이 납치된 것을 추정하고 CCTV에 가려진 양산이 자신의 집에서 하숙하고 있는 오두리 같다는 것을 눈치챈다. 박 씨는 수상한 그녀 오두리를 다그치자 결국 그녀가 젊어진 오말순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박 씨는 오말순이 오두리라는 사실을 둘만의 비밀로 하고 적극적으로 오두리를 도와주기로 한다.
"좋은 꿈을 꿨네" 젊은보다 소중한 가족
오두리는 반지하 밴드의 첫무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멤버들과 워터파크에 놀러 가게 된다. 놀던 도중 발을 다쳐 피가 나게 되고, 피가 난 주위에 노화가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된다. 마침내 엠 카운트다운의 신인 반지하 밴드가 소개되는 당일날. 반지하는 수리를 맡긴 기타를 찾아오는 도중 교통사고로 트럭에 치여 병원에 가게 된다. 오두리는 지하의 자작곡으로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과다 출혈을 일으킨 지하의 혈액형은 희귀 혈액인 Rh-AB형이었기에 당장 수술이 급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두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자 지하에게 수혈하게도 말한다. 박 씨(오인환)는 그런 그녀를 말리기도 하고 아들조차 어머니 인생을 살라고 하지만 그녀는 젊은 시절의 나보다 손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할머니를 선택하고 만다. 결국 수술이 끝나고 젊은 오두리는 다시 할머니 오말순으로 돌아가게 된다.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영화 수상한 그녀는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이 사진을 찍은 후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벌어지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다. 70세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스무 살이 된다면 그 기분이 어땠을까? 남편을 잃고 아들하나 바라보며 갖은 고생을 다해 살아온 인생이 어찌 보면 허무할 것 같다. 힘들게 키워놨더니 요양원에 보낸다는 말은 더욱더 충격이었다. 나이가 들고 살아온 세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열심히 일하고 먹고 사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도 해보고, 도전과 경험을 통해 과거를 후회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게 현재를 살아가는 최상의 방법이지 않나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배우 심은경 님의 팬이기도 하다. 2011년 영화 "써니"에서 욕쟁이 할머니 빙의한 연기를 볼 때부터 그녀의 연기력은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스무 살의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능청스러운 할머니 역할을 아주 맛깔나게 표현했고, 뽀얀 피부에 귀여운 보조개와는 전혀 어울 것 같지 않는 대사들은 그녀의 센스와 순발력으로 완벽한 연기로 변신했다. 수상한 그녀는 명랑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희망을 잃지 말고 젊음을 즐기라는 메시지도 느낄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따뜻한 영화를 찾는다면 고민 없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