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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에 관해

마음을 울리고 따뜻함을 선사할 매력적인 한국 영화를 찾고 있다면 '미나리'(2020)를 주목해 볼 수 있다. 정이삭감독의 작품으로 가족의 역동성과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따뜻하고 진실되게 묘사한 작품이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윌 패튼,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스콧 헤이즈가 출연했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호불호가 갈렸다.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에 아메리칸드림을 꿈꾼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정착하며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세대 한국계 미국인의 역경과 고난 그리고 따뜻한 가족애를 현실적으로 연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며 가족과 함께 즐길만한 요소들이 있어 한국어 대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적인 영화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평론가들의 반응은 좀 냉랭했다. 지루하거나, 스토리 결말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서사적인 내용이 아닌 평범하고, 극적인 부분이 없다는 혹평을 내리기도 했다. 영화의 뚜렷한 구성을 원하는 관객이나 대중성을 요하는 관객들에게는 영화가 밋밋하거나, 찜찜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에 가깝다 보니 대중성까지 갖춘 영화는 흔치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잘 만든 작품으로 평가했고, 고향에 대한 향수, 80년대의 미국이민자의 모습과 인물들의 심리를 잘 엮어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외할머니인 순자역할을 맡은 윤여정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외 다수의 조연상을 받으며 한국의 명배우임을 입증했다. 

 

줄거리

1980년대를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10년 전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한인 이민자 가족인 이씨 가족은 아버지 제이콥(스티븐 연), 어머니 모니카(한예리),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제이콥은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 주의 농장이 딸린 트레일러 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시골 밭에서 재배한 한국산 채소를 달라스에 판매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니카는 대도시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아무것도 없는 시골땅에 정착하는 것에 대해 막막함을 느낀다. 집안사정이 좋지 않은 부부는 맞벌이를 해야 되는 상황 때문에 어린 자녀를 대신 돌봐줄 친정엄마이자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순자(윤여정)를 미국으로 모셔온다. 할머니와 한 방을 쓰게 된 데이비드는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할머니의 모습과 다르고, 냄새가 난다며 피한다. 점점 서로의 사이가 안 좋아지자 데이비드는 할머니가 마신 마운틴듀 잔에 자신의 오줌을 넣으며 할머니 싫다는 것을 표현한다. 하지만 순자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손자들과 잘 지내보려고 노력한다. 한편 제이콥은 새집으로 이사를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수맥을 찾아 우물을 파는 것이었다. 사실 그가 산 땅은 토양이 좋지만 물을 구하기 힘든 땅이었다. 이미 큰 투자를 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던 제이콥은 생활용수를 끌어다 밭에 물을 주지만 점점 물이 부족해지자 제이콥, 모니카 부부는 갈등이 더욱 커진다. 거기에다 야채 상인이 마지막 순간에 주문을 취소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가 되고, 모니카는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제이콥은 끝까지 아칸소에 머물고 싶어 하며 결혼 생활은 평탄치 않다. 한편 순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냇가에 미나리 씨앗을 심는다. 아이들에게 미나리라는 식물이 회복력이 좋고 몸에 좋은 식물이 무엇인지, 잘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순자가 화투를 가르쳐 주고,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고, 잠을 잘 수 있게 도와주면서 데이비드는 할머니에 대한 어색함을 마침내 해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순자는 데이비드와 잠을 자다가 뇌졸중이 찾아와 언어장애 및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건강이 나빠진 순자, 심장병으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데이비드, 아칸소에서 끝까지 성공을 꿈꾸는 제이콥과 떠나고 싶은 모니카. 그들은 과연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미나리를 보고 난 후

처음 영화 미나리를 봤을 때는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보게 되면서 처음 시청했던 것과 다르게 그 의미가 다가왔다. 미나리는 새롭고, 낯선 미국땅에서 이 씨 가족의 파란만장한 삶을 아름답게 그려내기도 했지만 80년대 당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과정이 희망적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것이었음을 묘사해주고 있다. 제이콥은 한 가정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해 가족을 지키고, 농업에 성공해서 힘든 생계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결국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결과는 많은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는 위기의 순간에도 함께 뭉치는 가족의 회복력과 능력을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족을 하나로 묶는 유대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또한 이영화는 미국과 한국이라는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가 미국에 있는 손자들을 돌보면서 미나리도 심고, 아이들에게 화투도 가르쳐 주면서 미국과 다른 색다른 생활방식을 통해 두 문화를 연결하는 점을 보여주며, 순자를 거부했던 손자 데이비드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깨닫고 가까워지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능력이다. 개울에서 노는 아이들, 처음으로 한국야채를 수확하는 가족, 미나리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 종종 일상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미나리는 화려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평범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결국 따뜻함이었다. 스티븐 연과 윤여정을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진정성과 매력을 더해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정이삭 감독의 섬세한 스토리와 촬영법은 아메리칸드림의 본질 및 가족의 생활, 문화적 정체성 추구 등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웃고, 울고, 삶의 소박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는 영화 미나리. 꼭 가족들과 함께 시청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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